190422_citihall.jpg*사진:강경일



강제철거 중단!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 

우리의 입장


지난겨울 폭력적인 강제집행 끝에 삶의 벼랑에서 목숨을 끊은 아현동 재건축구역 세입자 철거민 고 박준경 열사의 죽음을 기억하는 우리가 여기 모였다. 그렇게 참담한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이 왔지만, 우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겨우내 주춤하던 강제철거가 기다렸다는 듯 시작되는 봄은, 대책 없이 쫓겨나야 하는 우리에게는 혹독한 계절이다.


2009년,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10주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발생한 아현 재건축 철거민의 죽음은, 여전히 폭력적으로 진행되는 대책 없는 강제철거의 실상을 보여줬다. 특히 재건축이라는 이유로 재개발에서 주어지는 알량한 세입자 대책마저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법・제도의 문제를 드러냈다.


원통한 죽음 이후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관련한 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며, 헌법재판소도 재건축을 제외하고 손실보상 의무를 명시한 도정법 조항에 대한 위헌 심리에 돌입했다. 서울시도 사과와 함께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재건축 세입자들에 대해,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수립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봄이 오자마자 시작된 서울시 재건축지역에서의 강제집행은, 소식 없는 법・제도의 개선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난 12일에는 강남 최대의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에서의 폭력적인 강제집행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하는 출동이 있기도 했으며, 이후로도 서울시 곳곳의 재건축지역에 대한 강제집행과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


여전히 대책 없이 쫓아내는 것이 합법인 상황에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처한 우리들의 처절한 주거권과 생존권의 저항은 ‘불법’으로 규정되며, 법 집행이라는 ‘합법적인 폭력’에 내몰리고 있다.


이제 쫓겨날 수 없다고 저항하는 우리가 아닌, 대책 없이 쫓아내는 저들의 강제철거가 불법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재 재건축 세입자 대책과 관련해 계류되어있는 법안에 대한 조속한 심의와 통과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동산 부자들의 집단인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이에 오늘 우리는 서울시 개발 행정의 책임자인 서울시가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박원순 시장은 ‘더이상 강제철거는 없다.’라는 선언을 넘어서는 대책을 수립하라. 아현동 박준경의 죽음 앞에 사죄하고 약속한,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대한 서울시 차원에서의 개선책을 즉각 제시하라!


오늘 우리의 요구는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 재건축 세입자들의 대책이 재개발 세입자들처럼 된다고 해도, 여전히 해당・미해당의 경계와 권리의 보장이 없는 알량한 보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건설 재벌의 이윤만을 위해 삶의 파괴하는 개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재건축 세입자 보상이 추가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보장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의 재건축 세입자 대책 수립의 촉구는 지금 당장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더 이상 허망한 선언과 약속이 아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즉각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대책없는 강제철거 즉각 중단하라!
재건축 세입자 대책 수립, 약속을 이행하라!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 개발 시행하라!



2019년 4월 22일

강제철거 중단!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