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불통행정, 국민연금공단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면담에 응하라!

 

 

국민연금공단은 과학적, 객관적으로 장애등급심사와 근로능력평가를 진행하겠다며 보건복지부로부터 해당 판정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표방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판정은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의 삶을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우리는 잘못된 장애등급심사, 근로능력평가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의 책임을 묻고,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면담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53송국현. 201310월 그는 27년간의 시설 생활을 마치고 다시 사회에 나왔다. 연금공단은 자신의 힘으로 밥을 지을 힘조차 없는 송국현님에게 장애 3이라는 판정을 내렸고, 송국현님은 생존을 위한 최소조건,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항의하고 재판정을 요구하기 위해 그는 410일 연금공단에 왔으나 연금공단은 경찰을 동원해 건물 출입을 막고, 언어장애가 심한 송국현님 외에는 면담실에 들어올 수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로비에서 면담을 진행하라며 이의신청을 거부했다.

그로부터 불과 사흘이 지난 413일 그의 집에 불이 났다. 집 주인이 찾아 왔으나 언어장애로 말을 할 수 없었던 그는 구조요청도 하지 못했고, 연금공단에 따르면 타인의 조력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그는 혼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어 불길 속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연금공단은 여지껏 그의 죽음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60최인기님. 좌석버스 운전기사였던 그는 선천적인 혈관 이상을 발견해 심장의 대동맥 두 개를 인공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받았다. 두 번의 큰 수술 후 가세가 기울어 2008년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그는 몸이 약하고 가난했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이었다. 20141월 연금공단은 돌연 그를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연금공단의 판정으로 수급권 박탈이 염려되어 억지로 취업을 했던 그는 일을 한지 세 달도 되지 않아 응급실로 실려 갔고, 8월 사망했다.

지난 10년간 최인기님의 질환은 악화되었거나 비슷하다. 그런데 왜 연금공단은 갑자기 그가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는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연금공단의 근로능력판정체계는 판정의 근거조차 밝히지 못하는 제멋대로 심사란 말인가?

 

연금공단의 장애등급심사, 근로능력평가는 전혀 객관적이지도, 과학적이기도 않다. 특히 의학적 진단이라는 미명하에 진단서 몇 장으로 사람의 상황을 짐작한다는 것은 의사들 스스로 밝히듯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공단의 판정체계는 이의신청조차 불가능하거나 판정의 근거조차 밝히지 않아도 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고 있다. 연금공단으로 판정업무가 위탁된 직후 고무줄처럼 늘어난 장애등급 등급외 판정 및 근로능력 있음 판정이 이를 뒷받침 한다. 장애등급판정결과 등급 외판정 비율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2.5%, 4.9% 수준이었지만, 연금공단이 판정업무를 시작한 후 2011, 2014년 각각 17.3%, 16.9%로 급증했다. 근로능력평가 결과 근로능력 있음판정 비율은 연금공단 위탁 전 5%대였지만 20132014년 각각 15.2%, 14.2%로 급증했다.

 

우리는 연금공단이 시행 중인 판정업무 전체에 대해 깊이 회의한다. 어떻게 몇 가지 단순한 지표와 숫자로 사람의 삶을 가늠할 수 있다고 믿는가? 비장애인의 신체를 기준으로 손실을 측정하는 반인권적인 장애등급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강제근로를 종용하고 수급권 박탈이라는 기본권 침해를 종용하는 근로능력평가는 근본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선 연금공단은 사망자와 피해자들 앞에 정중히 사죄해야 한다. 더불어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제도 운영을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의신청 및 정보공개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현재 연금공단의 업무처리 방식은 매우 비민주적이며 복지수급자에게 위협적이다. 연금공단이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면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국민연금공단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

국민연금공단은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면담에 응하라!

국민연금공단은 잘못된 장애등급심사, 근로능력평가 중단하라!

 

 

201586

<국민연금공단의 무소불위 탁상행정이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죽음에 내몬다!>

- 장애등급근로능력 부당판정 규탄 및 국민연금공단 면담요청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