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지말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하고, 기초법개악 저지하자!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것이 있다. 내가 가고나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신청을 거절당한 아버지가 장애판정을 받은 어린 아들이라도 수급권을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을 거뒀다.


“수급비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죽음을 선택한다. 5개월이 넘도록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자식 있느냐”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이혼신청을 한 뒤, 한명의 수급비로 함께 생활하던 노부부가 숨을 거뒀다.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사람에게 어떻게 법이 이럴 수 있느냐”

사위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탈락한 뒤 거제 시청 앞에서 숨을 거둔 이씨 할머니의 마지막 유서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가난 때문에 목숨을 포기하는 송파의 세 모녀가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봉투에 넣어둔 채 목숨을 끊었다.

가난해도 염치를 알던, 가난해도 남의 주머니 한번 노릴 줄 모르던 그들이 죄송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이 땅을 떠났다.


재난이다. 가난한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재난이다. 하루 42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재난이다. 죽음보다 가난이 두려워 목숨을 끊고 있다.

재난이다. 착하고 약한 사람들에게만 몰아닥치는 불평등한 재앙이다.


이 더러운 세상은 착한 사람들이 숨죽이며 살 공간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자신들의 곳간에 800조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대기업은 떵떵거리지만, 그들을 용서한 대가로 1000조의 가계부채를 짊어진 이들은 죽어가고 있다. 복지공약을 남발한 대통령은 잘 살지만, 그 약속이 깨져 길바닥에 나앉은 이들은 죽음을 결심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이 약해서 죽어가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만 유독 혹독한 이 세계가 가난한 이들을 죽이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와 빈곤층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산산히 깨지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공약은 파기를 넘어서 전 국민의 미래 보험인 ‘국민연금 파기’로 드러나고 있다. 장애인연금 두배 인상과 장애등급제 폐지의 약속도 깨져버렸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은 ‘사각지대 해소’가 아니라 ‘기초생활보장법 파괴’로 나타나고 있다.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더니 ‘예산 맞춤형’, ‘재벌 맞춤형’ 복지 속으로 기어 들어가라고 명령하고 있다.


우리는 이 명령을 거부한다. 이제는 이렇게 살 수 없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해고로, 거리에서 먹고 살려는 노점상에게는 노점단속으로, 아파서 치료받기 원하는 환자들에게는 높은 병원비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정규직으로, 거리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구걸 단속으로, 쫓겨나도 갈 곳이 없는 철거민에게는 폭력과 불법 낙인으로, 복지수급권을 가진 이들에게는 부정수급 딱지로! 지긋지긋한 이 세상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에 빠질지 모르는 전 국민의 마지막 보루다.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로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시키는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다. 가난을 가족의 책임으로, 결국 개인의 책임으로 묻는 부양의무자기준은 가난한 가족들을 가난 속에 붙잡아 놓는다.


기초법 개악을 저지하자! 가난한 이들의 최후의 보루, 기초생활보장법까지 없애버리려는 잔악한 국가에 맞서 기초생활권리를 지켜내야 한다. 가난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만들기 위해 기초생활보장법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대되어야 한다.

열심히 살아온 이들에게 가난이 당신의 책임이라고 윽박지르는 세상에 맞서, 우리는 이 죽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빈곤의 절망에 빠진 이들과 함께 살아서 싸우자. 우리의 승리를 99%의 민중들이 지지하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가난은 가족의 책임이 아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하라!

박근혜정부는 기초법 개악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반빈곤연대투쟁, 최옥란열사 정신계승, 빈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2014년 3월 26일

부양의무제폐지, 기초법개악저지! 최옥란열사정신계승 빈민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