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농성 투쟁을 결의하며



안녕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님

저희는 기초법 개악 저지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 촉구를 걸고 여의도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한 이 땅의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입니다. 당신은 지난 대선 당시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와 '기초법 사각지대 완화',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 두 배 지급',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하신 바 있습니다. 복지국가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꿈이 박근혜 대통령님을 당선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저희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이번 새누리당 유재중의원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는 기초생활보장법에 보장되어 있는 일곱 개의 급여를 갈가리 찢어 복지부가 아닌 국토교통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건강보험공단으로 사업을 이전하고, 해당 부처의 장관이 보장수준과 선정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최저생계비를 없애고 예산 마음대로, 장관 입맛대로 복지 수준을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기초법 사각지대 완화를 위한 길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두 배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습니다. 현재 그 공약은 한참을 후퇴했습니다. 중증장애인 소득하위 63%에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하는 현행 안에서 70% 지급하는 것으로, 불과 3% 변경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은 중증과 경증을 가릴 수 없이 빈곤에 처해 있습니다. 하물며 제외된 30%의 중증장애인들의 형편이 절대 더 낫지 않습니다. 약속은 지킨다던, 신뢰와 정직을 말 하던 대통령 후보자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입니까?



우리는 오늘 농성을 결의하며 한 여성을 기억하려 합니다. 1966년 태어나 2002년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최옥란이라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장애로 인해 배우지 못한 고통을 안고 살았고, 직장을 얻을 수 없어 가난했으며,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를 빼앗겼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노점상으로, 여성으로, 한 아이의 엄마로 당당히 살고자 했던 그녀는 2001년 12월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만을 보장하면서 일 조차 할 수 없게 만든 기초생활보장법을 바꾸기 위해 추운 겨울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했습니다. 그녀는 명동성당 농성에 들어가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저는 저의 텐트농성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말로 저 같이 가난한 사람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제도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벌써 두 명의 수급권자가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더 이상 수급자들이 자살하거나 저 같이 자살을 생각하지 않도록 바뀌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또 다시 최옥란이 되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잘못된 제도가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잘못된 제도 때문에 피눈물 흘리는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이 없도록, 좀 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우리 손으로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기초법 개악을 저지하고, 장애인연금 공약 이행을 얻어낼 것입니다.



부양의무제 폐지하고 기초법 개악 막아내자!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장애인연금 공약 이행하라!



2013년 11월 29일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인연금 공약 이행!을 위한 여의도 농성 결의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