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기초법!

부양의무제 기준 즉각 폐지하라!




모두가 새해를 맞는 설레임에 들떠 있을 지난 2010년 12월 31일, 60대 노부부가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일이 발생하였다. 유서에는 “수급비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죽음을 선택한다. 5개월이 넘도록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자식 있느냐”는 글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에게 12월 31일은 2011년을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생각하게 하였을 것이고, 앞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물러설 곳도 없는 기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이 부부는 이혼한 상태로 한 달에 43만원이 채 되지 못하는 돈으로 월세 30만원을 내며 살았다고 한다.


이 뉴스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들의 불효와 도덕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부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이 한국사회에서 100만명이 넘는다면, 과연 그 부양의무를 하지 않는 부모와 자녀들이 모두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들이 부모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도덕성을 갖춘다면 한국사회의 빈곤은 해결되는 것일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올해로 시행 11년째를 맞는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빈곤선과 부양의무제 기준 등 몇몇 독소조항으로 인해 기초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 정부 통계로도 410만명이 넘는다. 그 중 부양의무제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는 100만명이 넘는다. 몇 년 동안 연락이 두절된 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며 생활하고 있는 부모와 자녀에게도, 대출이자 납부하기에도 버거운 빚으로 소유한 연립주택이 있는 부모와 자녀에게도, 먹고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소득이 있는 부모와 자녀에게도, 어김없이 현행 기초법은 부양의무제 기준을 들이대며 사각지대를 확대, 양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초법은 지난 10년 동안 가족해체법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의 빈곤 문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노동력 유연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감소한 이들은 더욱 빈곤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기 위해 2000년부터 시행된 것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하지만 부양의무제 기준은 이런 기초법의 취지에 어긋나 시행 내내 여러 시민단체에서 폐지를 주장해왔으나 10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즉 부양의무제 기준은 빈곤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한 달 43만원 안되는 수급비로 생활하는 이들에게 황제밥상 운운한 보수적인 부류들은 이 노부부가 법적으로 이혼하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에 대해 부정수급을 운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60세가 넘어 심지어 빚더미에 떠 앉게 된 노부부가 살아가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은 이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더 일찍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신년 연설에서 선별적 복지인 ‘맞춤형 복지’를 이야기했다. “정부는 도움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맞춤형 복지로 촘촘히 혜택을 드리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에게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 410만명의 기초법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누구일까. 이런 의문이 드는 또 한 가지 이유는 2011년 기초법 예산이다. 기초생활보장예산은 7조 5168억원으로 전년보다 3.2%, 2303억원 증가하였지만, 생계급여는 최저생계비가 5.6%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보다 32억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기초생활급여수급 대상자수를 2010년 163만명보다 2만7천명을 줄여 상정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장애아를 둔 아버지가 아들의 수급을 받게 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몇 년째 굳건이 지키고 있다. 다시는 한국사회에서 빈곤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기초법 개정은 시급하다. 무엇보다 가장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는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비현실적인 급여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생계비가 현실화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말 이명박 정부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맞춤형 복지를 하려고 한다면 우선 기초법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기초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맞춤형 복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은 작년 천막농성에 이어 2011년 기초법 개정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2010년의 마지막 날, 쓸쓸히 생을 마감한 두 노부부의 명복을 빌며, 부디 빈곤과 차별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2011년 1월 7일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