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에게 힘을! 우리도 살자!

                                                      
                                                  2009 1017 빈곤철폐의 날을 맞이하며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UN은 1993년 총회에서 빈곤퇴치의 날을 정한 데 이어, 2000년 총회에서는 밀레니엄 개발목표를 통해 2015년까지 절대빈곤과 기아를 대폭 감소할 것을 결의했다. UN의 결의에 따라 아프리카 및 남미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각 나라 및 NGO, 국제기구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세계의 빈곤은 여전하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이 10억 명에 달하고, 전 세계인구의 1/3에 가까운 27억 명이 하루 2달러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구적인 빈곤의 악화가 소수기업과 탐욕스런 자본이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자본의 이윤추구 행위를 억제하고, 이들이 가진 부를 나누지 않고는 빈곤 퇴치는 요원한 일인 것도 널리 퍼진 인식이다.


  저개발국가와는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도 빈곤의 문제는 심각하다.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인구가 10%에 육박하고 있으며, 중위소득 50%이하인 상대빈곤인구는 15%에 달한다. 결식아동의 숫자가 10만 명이 넘고, 노인빈곤율은 OECD 30개 국가 중 최고에 달해 노인가구 두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여성의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하다. 빈곤의 심화와 불평등의 악화는 96-97년 IMF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사회구조적으로 정착된 데에 기인한다. 나라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더라도 빈곤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비정규직이 노동자의 반을 넘어서고, 이들의 저임금, 불안정노동이 일상화됨에 따라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한 노동자’가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빈곤의 심화와 악순환의 고리는 2008년 이후 본격화된 경제 불황 이후 더욱 고착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빈부격차도 마찬가지로 1990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로 최대치로 확대되었다. 경제 불황으로 가장 먼저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줄어듦으로 인해 이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영세자영업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10%에 달해 노인과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젊은이마저 빈곤의 사슬과 고리에 얽혀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할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다. 경제 활성화란 명목으로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하하는 감세정책으로 가진 자와 대기업에게 5년 동안 100조에 가까운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지역발전이란 이름으로 건설자본을 비롯한 집 부자, 땅 부자에게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는 개발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소수 가진 자와 자본을 위한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대해 공권력집행이란 명목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용산에서 벌어진 5인의 철거민의 사망은 이러한 자본과 개발, 성장, 이윤에만 매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며,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반민중, 친자본정책의 표본이다. ‘최소한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로 시행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시행된 지 10년째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최저생계비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부양의무자 기준, 소득․재산 기준으로 인하여 410만 명의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제외되는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최근 정부는 ‘중도실용, 친서민’을 표방하고 있다. 친서민정책의 대표적인 내용으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미소금융으로 명명되어진 저소득신용대출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예산안으로 사상최대의 복지예산을 편성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이라는 보금자리주택은 아무리 싸게 공급하더라도 2-3억에 달해, 집 없는 서민의 90%를 차지하는 보증금 1억 미만의 천만을 넘는 세입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반면에 환경은 파괴되고 그린벨트에서 살아가는 몇 만 명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주민은 몇 푼의 보상에 기댄 채 삶터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대학생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고, 졸업해서는 실업과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대출받은 등록금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마저 지고 살아가야 한다. 저소득신용대출대상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 금융채무불이행자, 개인파산자 등은 제외되어 있다. 이 정부에게 있어 가난한 이들은 ‘서민’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사상최대라고 이야기되어지는 복지예산은 자연증가분과 보금자리주택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전 국토와 강을 파헤치는 데는 22조나 되는 돈을 쓰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전해주는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몇백억은 전액 삭감해 버리기도 한다. ‘일자리가 복지다’라고 하면서 주어진 ‘희망근로’란 일자리는 6개월짜리 한시적이고 시행과정 중에서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절망의 일자리’가 되어 버렸다. 그마저도 내년에는 반 이상 줄어든다. ‘따뜻한 시장경제’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이는 가진 자와 대기업에게만 따뜻할 뿐이다. 아랫목만 따뜻할 뿐, 윗목은 여전히 찬바람만 씽씽 불어대고 있다.


  2009년 10월, 가난한 사람에게 닥친 현실은 희망적이지 않다. 하지만 희망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난한 이들에게 권력을 주는 것이다’란 말이 있다. ‘권력과 힘’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빈곤철폐를 위한 요구를 정부나 누군가가 베풀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권리로서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리를 말하고, 권리를 찾고 쟁취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데에서 빈곤철폐를 위한 힘이 만들어지고, 가난한 이들의 생존권은 보장될 수 있다. 이에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주장과 요구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주장과 요구

- 부자 감세, 불평등 확산 이명박정권 규탄한다!

-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수급권을 확대하라!

- 최저생계비 현실화하고 상대적 빈곤선을 도입하라!

- 살인개발 중단하고 용산참사 해결하라!

- 4대강 사업 철회하고 복지예산 대폭 확대하라!

- 안정적 일자리 확충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 사회서비스 시장화 중단하고 공적 책임 강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