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조잡한 대책, 빈곤층의 삶을 아는가?

: 56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결과와 소득하위 10% 대책의 의의와 한계

 

2018720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사각지대 해소에도 턱 없이 부족한 대책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의 미미한 조정으로 현재 심각한 빈곤상황 타계 어려워

복잡한 선정기준 빠르게 풀어야 실효성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될 것

 

 

지난 713일 기준 중위소득을 비롯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방안에 대해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 회의가 있었다. 또한 정부는 1분위(소득하위 10%) 소득하락에 따른 대책을 718일 발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향후 운영에 관한 두 가지 발표에 대해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하: 기초법공동행동)은 다음과 같이 의의와 한계를 평가한다.

 

1. 2.09%인상에 머무른 2019년 수급비, 중생보위는 수급자의 삶을 아는가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이 올 해에서 내년, 2.09% 인상에 그쳤다. 이는 지난 해 1.16%인상에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18년 역사 중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1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생계급여가 501천원에서 512천원으로 1만원 상승한 것에 불과해, 해마다 오르는 실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 저소득에 대한 대책으로 최저임금이 지난 해 16.4%, 올 해 10.9%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의 상대적 차이 역시 극심해졌다.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이후 기준중위소득이 도입되었으나 도리어 상승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한계를 올 해도 극복하지 못했다.

<기초법공동행동>20182월에서 3, 전국 30개 가구의 가계부조사를 진행하였다. 가계부를 통해 본 기초생활수급자의 삶은 빠듯한 급여 안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어 희망을 일구기 힘든 상황이었다. 낮은 수급비는 적절한 주거를 유지할 권리,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치료받을 권리, 타인과 교류하고 사회 활동을 할 권리를 빼앗았다. 이는 연쇄적으로 더 자주 아플 가능성,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울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중생보위>는 이러한 수급자의 삶을 개선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수급자의 삶의 질보다 사각지대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변하지만 사실 이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기준 중위소득은 선정기준이자 보장수준이기 때문이다. 소득하위 10%의 소득이 더 하락하는 참담한 현실에도 수급자 선정기준은 꽁꽁 닫혀있다.

<중생보위>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민주적 운영을 담보해야 하지만 정작 수급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전문가와 행정 관료만이 위원으로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수급자의 삶을 반영한 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수급자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고, 수급가구의 생활 실태를 파악해 삶의 질을 반영한 논의를 담보해야 한다. <중생보위>의 문을 열어라.

 

2.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10월부터 시행된다. 교육급여에 이어 두 번째 급여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전적으로 환영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빈곤문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복지에서 사적부양 우선의 원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다만 여전히 그 추진 속도가 느리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의 약속이었으나 정권 1년 반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완전 폐지의 계획은 요원하다. 지지부진하게 미뤄져 있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계획 조기시행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해소를 기대하는 사각지대는 단 7만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완화한 계획도 무척 조잡하다. 부양의무자가 장애인인 경우에는 생계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가 노인인 경우에는 생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부양의무자가 장애인이면 의료급여가 필요하고, 노인이면 덜 필요한가? 빈곤정책은 당사자의 상황과 빈곤으로 인해 박탈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수급당사자의 여건이 아니라 부양의무자의 여건에 따라 임의의 순서를 정하는 논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편성을 해치고, 제도의 잔여성을 강화하는 조치다.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를 위한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 정책의 방향이 이미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빈곤층을 고사시키지 말라.

 

3. 강제근로 폐지하고 안정적인 공공일자리 공급하라

 

2016년 폐지되었던 자활소득공제와 자활장려금이 재도입 되었다. 이는 새로운 조치라기보다 2년 전으로 회귀일 뿐이다. 지난 2년간 자활사업 참여자들은 자활소득공제, 자활장려금이 폐지에 따라 소득하락과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번 자활소득공제, 자활장려금 재도입은 복지부의 불통행정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방적인 폐지로 인해 고통을 겪어 온 자활사업 참여자들에게 사과하고 2년 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급여액을 소급지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활사업 일자리 임금 상향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현재 대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활사업 일자리 중 가장 단가가 높은 시장진입형과 인턴형조차 최저임금의 80%로 올린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수급자 비율은(2016년기준) 시장진입형과 인턴형을 더해 29.0%에 불과하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수급자가 50.5%로 가장 많고 사회서비스형의 월 평균 급여는 최저임금대비 57%에 불과하다. 나머지 20.5%의 자활참여자들은 근로유지형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월 평균 최저임금대비 39%의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 현재 자활사업 일자리의 단가는 2004년 자활사업 표준화사업 도입 이후 계속해서 낮아져왔다. 2004년 시장진입형 일자리의 급여는 최저임금대비 125%, 근로유지형자활의 경우 85% 수준이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했을 때 받아야 하는 최저수준의 임금이다. 자활사업 모든 일자리 참여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더욱 우려되는 점은 자활사업에 시간제 자활근로를 도입하고 조건부과 유예자와 조건불이행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자활사업 참여자들에게 저임금 불안정한 강제근로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현재 자활사업 현장에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억지로 휴가를 쓰게 하거나 사업단을 폐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일방적인 근로능력평가를 통해 실제 일하기 어려운 사람을 강제근로에 내모는 한 편 근로능력이 가장 낮은 수급자가 참여할 수 있는 근로유지형 자활은 축소하는 모순 된 운영으로 빈곤층을 압박하고 있다. 수급자의 일자리는 강제나 조건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보장받는 권리가 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근로능력평가를 통한 강제근로, 조건부과를 폐지하고 양질의 공공일자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소득공제 확대 계획의 경우 기존 근로소득이 있는 노인(65세 이상) 및 장애인에 대해 30%를 공제하던 것을 75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에 대해 먼저 20만원을 공제 후 나머지 분에 대해서 30%를 공제한다는 내용이다. 소득공제 확대라기에 민망한 수준의 대책이다. 현재 노인, 학생, 장애인 등 일부를 제외한 수급자는 약간의 근로소득만 생겨도 전액을 수급비에서 차감 당한다. 이는 빈곤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수급자들의 노력을 빼앗고, 적은 수급비에 수급자의 삶을 가두게 한다. 전체 수급자를 대상으로 소득공제를 확대해 수급자 삶의 자율성을 보장하라.

 

4. 낮고 까다로운 선정기준 개선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하라

 

빈곤층 소득 하락에도 수급자 수가 줄어드는 원인은 명확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하고 있는 선정기준이 터무니없이 낮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20157월 개별급여로 개편 당시 상대적 빈곤선을 선정기준에 도입했지만 의료급여 선정기준이(기준중위소득대비40%) 이전 최저생계비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은(기준중위소득대비30%) 어떤 근거도 없이 낮게 정해져 있다. 주거빈곤층 전체를 포괄하고 보장해야 할 주거급여 선정기준(기준중위소득대비43%) 역시 차상위 선정기준(기준중위소득대비50%)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수급권자에게 인정되는 기본재산액이 대도시 기준 5.400만원으로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 기본재산액은 수급신청자의 주거용재산, 일반재산, 금융재산을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그 이상의 재산가액은 일반재산 4.17%, 금융재산 6.26%, 자동차 100%를 월 소득으로 환산한다. 지난 10년 동안 전세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3배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재산액은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득환산률은 2003년 도입 당시 그대로다. 주거용 재산의 경우 재산의 범주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기본재산액의 범위를 상향조정, 재산의 소득환산률을 물가상승률, 이자율 등을 고려하여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의 낮고 까다로운 선정기준을 빠르게 개선해야 제도개선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더불어 정작 수급신청자가 이해 할 수 없는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 누구나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비롯해 부당하게 수급신청이 거절당하지 않도록 하는 등 수급자 권리에 입각한 제도운영을 할 때 비로소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전 국민의 권리로서 바로설 수 있을 것이다.

*참조1) 2000년에서 현재까지의 선정기준 인상율

 

<1>2000- 2015(기초생활보장법 개정전) 최저생계비 인상율

년도

1인가구

2인가구

3인가구

4인가구

5인가구

인상률

2000

324,011

536,614

738,076

928,398

1,055,588

3.0

2001

333,731

552,712

760,218

956,250

1,087,256

3.0

2002

345,412

572,058

786,827

989,719

1,125,311

3.5

2003

355,774

589,219

810,431

1,019,411

1,159,070

3.0

2004

368,226

609,842

838,797

1,055,090

1,199,637

3.5

2005

401,466

668,504

907,929

1,136,332

1,302,918

7.15

2006

418,309

700,489

939,314

1,170,422

1,353,242

3.0

2007

435,921

734,412

972,866

1,205,535

1,405,412

3.0

2008

463,047

784,319

1,026,603

1,265,848

1,487,878

5.0

2009

490,845

835,763

1,081,186

1,326,609

1,572,031

4.8

2010

504,344

858,747

1,110,919

1,363,091

1,615,263

2.75

2011

532,583

906,830

1,173,121

1,439,413

1,705,704

5.6

2012

553,354

942,197

1,218,873

1,495,550

1,772,227

3.9

2013

572,168

974,231

1,260,315

1,546,399

1,832,482

3.4

2014

603,403

1,027417

1,329,118

1,630,820

1,932,522

5.5

2015

617,281

1,051,048

1,359,688

1,668,329

1,976,970

2.3

 

 

 

 

 

평균인상률

3.90

 

<2> 2015년 이후 기준중위소득 40%(의료급여 기준) 인상율

년도

1인가구

2인가구

3인가구

4인가구

5인가구

인상률

20157

624,935

1,064,078

1,376,546

1,689,013

2,001,481

 

2016

649,932

1,106642

1,431,608

1,756,574

2,081,540

4.00

2017

661,172

1,125,780

1,456,366

1,786,952

2,117,538

1.73

2018

495,879

1,138,839

1,473,260

1,807,681

2,142,102

1.16

2019

682,803

1,162,611

1,504,013

1,845,414

2,186,816

2.09

 

 

 

 

 

평균인상률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