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빈곤문제 해결 1호 과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촉구 종교계 선언

 

살아가기 힘든데 기초생활지원금 지급이 중단된 게 원망스럽다. 하느님께 죄송하다. 복지과가 뭐 하는 곳인지. 법이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법을 만드는데 이럴 수 있나.”

 

2012년 사위의 소득 증가로 수급에서 탈락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제 이씨 할머니는 유서를 통해 법이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는 땅을 헬조선이라 부른지 오래되었다. 사람들이 발 딛고 있는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드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 내이웃의 아픔을 보며 마음 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누구라도 가난과 소외로 죽음을 맞는 사회라면 우리는 심각하게 그 사회의 존립이유를 고민해야한다. 이에 우리 종교인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강력히 촉구한다.

 

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누구나 가난에 빠지더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제도다. 2000년 만들어진 이 제도는 혁신적인 복지제도, 사회권을 명시한 최초의 법률로 평가받았으나 지난 17년 간 '부양의무자기준'을 남겨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로 인해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수급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1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한 청년들이 '부양의무자' 라는 족쇄에 매여 가족의 생계를 떠안고 있다. 거제 이씨 할머니를 비롯해 부양의무자기준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죽음이 매년 발생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이 야만과 폭력을 이제 끝내야 함을 선언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그 첫 단추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하라!

 

간디는 '빈곤은 가장 나쁜 형태의 폭력' 이라고 말했다. 부정의한 세상은 빈곤을 만들어냈고, 빈곤에 빠진 사람들은 고통 속에 살고있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인 시민들은 빈곤과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에 분노했다.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은 촛불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 사회 곳곳에 번져있는 불의를 일소하고, 가난한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앞의 과제다.

 

대선에 임하는 모든 후보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하고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빈곤해결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사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가난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함께 선언하자.

 

2017324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 종교계 선언 참가자 일동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여민회, 생명선교연대, 새시대목회자모임, 영등포산업선교회, 생명평화기독연대, 일하는예수회, 평화교회연구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대한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예수살기, 원불교인권위원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