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의료급여 본인부담제 도입이 의료과소비를 줄였나?
자화자찬식 발표는 의료급여 시행령 개악의 논리
 
의료급여 본인부담제 도입이 의료과소비를 줄였나?


어제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급여 본인부담제 실시로 저소득층 의료과소비 줄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도덕적 해이를 막는 제도 도입을 통해 의료급여 진료비가 매년 21%씩 증가하던 것이 7.6%로 낮아졌고, 연간 2,400억원의 비용절감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그 성과를 발판삼아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진료에 대한 억제 대책도 마련할 계획을 내비쳤다.

우리는 정부의 자화자찬식 발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의료급여 진료비가 매년 21% 증가하였던 것이 갑자기 7.6%로 증가폭이 감소한 것을 본인부담제와 같은 제도를 시행한 결과로 보는 것은 너무 심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이미 우리가 계속 문제제기하였던 것처럼 매년 21%씩 진료비가 증가하였던 이유는 도덕적 해이때문에 아니라 의료급여 대상자 확대, 수가인상, 급여확대와 같은 정책의 결과였다. 정부가 도덕적 해이라고 주장하는 의료기관 방문 횟수 증가는 그 증가 폭의 겨우 10%만을 설명할 뿐이다. 또한 의료기관 방문 횟수 증가는 건강보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문제임을 볼 때 그것을 도덕적 해이로 해석하는 것이 틀린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따라서, 2007년에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폭이 감소한 것은 정부의 주장처럼 본인부담제 도입과 같은 제도 시행때문이 아니라 그간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행해온 대상자확대 정책을 중단한 이유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의료급여 혜택을 받던 차상위 계층을 건강보험으로 떠넘기게 되었으니 그 증가폭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이로 인한 재정절감을 또 본인부담제도의 효과라 말할 것인가?

둘째, 의료급여 본인부담제 실시로 의료과소비가 줄었다고 발표하였지만 어디에서도 얼마만큼 의료과소비가 줄었는지는 정작 발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총진료비와 입내원일수, 급여일수, 투액일수만 제시하고 있다. 그 자료만을 가지고 의료급여 본인부담금 실시로 인해 의료과소비를 줄였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말로 본인부담제 실시가 효과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의료급여 본인부담제는 1종 수급권자의 외래진료시에만 해당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의료급여 진료비 항목을 외래와 입원으로 나누고 외래에서도 1종 수급권자들의 의료이용과 진료비가 얼마나 감소하였는지를 발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 구체적 자료를 누락한 채 전체 의료급여 진료비의 재정절감효과를 마치 본인부담과 같은 제도시행의 결과인 양 뭉뚱그리고 있을 뿐이다. 정당치 못한 제도를 시행할 때 그 효과를 과대포장하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셋째, 작년 본인부담제와 선택병의원제를 시행하면서 정부에서 보완하겠다던 수급권자 건강관리와 모니터링에 대한 결과는 보도자료 어디에도 없다. 작년 정부의 제도시행에 대해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제도가 수급권자의 필수적인 의료이용을 제한함으로써 빈곤층의 건강권을 크게 침해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그 부분에 대해 수급권자 사례관리를 통해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필수적인 의료이용의 침해나 건강권침해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보도자료 어디에도 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부는 정말 본인부담제 실시가 수급권자의 필수적 의료이용을 제한하지 않았는지, 또한 수급권자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해야 할 할 것이다.
정부의 의료급여 정책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그것은 정당한 의료이용마저 줄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법정본인부담금이 없는 상태에서도 높은 의료이용 장벽을 가지고 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 조사에 의하면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의 20%가, 2종 수급권자의 29%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인부담제 시행은 정당한 의료이용을 더욱 제한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과소비라는 한쪽 측면만을, 그것도 별 근거도 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더욱 큰 문제는 입원진료에 대해서도 의료과다이용을 제한하는 개선안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언급이다. 아마 외래 진료처럼 입원진료에도 본인부담금 제도를 시행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은 아닌가? 외래 진료에 본인부담제를 도입하는 것은 그 효과 혹은 역효과에 대해 아무런 근거나, 검증없이 무작정 시행한, 임상실험에 가까웠다. 기존 제도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입원진료에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엉터리 제도를 남발하면서 빈곤층의 건강권을 박탈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정부가 시행한 본인부담제 및 선택병의원제 시행의 목적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올바른 의료이용을 위함이 아니라 다른데 있지 않나 의구심을 가져왔다.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극히 일부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침소봉대하여 그들을 무분별하게 의료쇼핑을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였다. 또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사전 검증도 없이 무작정 본인부담제와 강요된 선택병의원제를 도입하였다. 이것은 정부의 제도 개선책이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재정적 부담만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김대중 정부부터 시행한 의료급여확대 정책을 다시 거꾸로 되돌리는 축소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불필요한 의료남용을 줄이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당연히 남용이 있다면 근절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정책적 검증없이 시행하는 제도는 오히려 수급권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빈곤층과 중증질환자에 대한 보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정책방향은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과는 정반대이다. 정부는 빈곤층의 의료이용을 제약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말고 지금당장 본인부담제 및 선택병의원제 실시 때문에 수급권자들이 필수적인 의료이용에 불편함이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제도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2008년 4월 30일

의료급여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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