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선 후보 안철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


어제 10월 7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정책비전선언문을 발표했다. 긴 선언문 중에는 부양의무자인 사위가 취직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대상에서 제외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 할머니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일 앞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노인빈곤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우리는 안철수 후보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의 실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환영하는 바이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 “정치와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던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2010년과 2011년 네차례의 일제조사를 통해 11만명의 수급권을 박탈했다. 거제의 이씨 할머니가 탈락통보를 받았던 지난 2012년 하반기 조사를 통해서도 3만 8천명의 수급권을 박탈했다. 이 중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로 인한 탈락자는 1만 7천명이다. 이는 현재 141만명(9년만의 최저치)에 불과한 수급자 규모를 생각할 때 매우 큰 규모이다. 우리는 이모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였으므로 사과할 의사 없음’을 밝힌 바 있으며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가 누차 지적해온 바와 같이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변화만을 기준으로 수급자 본인의 수급 탈락, 혹은 삭감을 진행하는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잘못됐다. 비현실적인 법과 제도의 책임을 가난한 이에게 우선 책임지도록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이모 할머니의 탄식에 ‘적법한 절차였다’가 보건복지부의 대답이라면 ‘법을 바꿔야 한다’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철수 후보는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국민을 보듬는 따뜻한 정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정성’과 같은 정치적으로 포장된 언어로 빈곤문제에 대한 정책비전을 제시했다고 생각하는가? 안 후보는 이에 대해 ‘노인 일자리확대’,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내놓았지만 이는 이모 할머니 죽음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아니다. 이모 할머니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기초노령연금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비에서 차감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언급한 할머니의 죽음의 진짜 이유는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빈곤의 문제를 가족에게만 떠넘기려는 국가의 ‘제도적 방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해 장애인과 가난한 시민들이 광화문역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49일째를 맞이하지만, 안 후보의 비전선언문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안 후보의 기초생활 수급대상 문제의 모순으로 자살한 이모 할머니를 언급한 것이 동정성 발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안 후보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 진정성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선언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을 보듬는 따뜻한 정부’가 ‘복지국가’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예산을 알뜰하게’ 쓰는 것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더욱 기본이 되는 것은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우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OECD 최저 수준인 복지재정에 대한 대폭적인 확대, 특히 공공부조 부문 예산확대가 필요하다. 기초법의 개정을 통해 빈곤층 사각지대를 전면 해소하고 가난한 이들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책임지는데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안 후보에게 위에서 언급한 문제에 대하여 정책토론을 위한 만남을 제안하는 바이다. 이미 2002년에 장애인이고 여성이고 가난했던 최옥란 열사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모순에 저항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이모 할머니의 죽음 이전에도 같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있어 왔다. 이제 다시는 최옥란, 이모 할머니와 같은 수많은 기초생활 수급대상자들이 가난에 몰려 자살하지 않도록 안 후보의 진정성에 대한 실천계획을 밝혀주기 바란다.




2012년 10월 8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