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가난과 추위에 절망한 삶을 기리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고 빈곤층 에너지 인권 보장하라!



지난 21일 새벽, 전남 고흥에서는 촛불을 켜놓고 잠든 할머니와 손주가 화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전기세 체납으로 인해 한전의 전류제한조치로 인해 촛불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납된 전기료는 15만원 남짓이었다. 3명의 가족이 생활하기에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정부는 부양의무자기준을 이유로 이들을 지원하지 않아왔다. 이는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사각지대로 내몰린 이들이 겪은 불평등한 재앙이다.


이번 화재는 저소득층일수록 전기요금의 부담이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현 상황이 빚어낸 비극이다. 통계청(2008년 기준)에 따르면 소득 50만원 미만 가구의 경우 소득 대비 광열비 비율은 평균 38.2%로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광열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 가난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 부담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납 되면 ‘전류제한조치’로 에너지 인권을 침해당한다. 반면 한전은 대기업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9조 8천억원의 세금을 감면 받았고, 2010년엔 현대제철이 796억, 포스코가 636억, LG디스플레이가 451억의 전기료를 할인받았다. 전기사용 상위 10대 기업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1조 4847억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없는 호혜로운 처사가 가장 잘 나간다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만 집중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이는 근본적으로 부양의무자기준이 만들어 낸 참사다. 현재 우리나라의 빈곤층은 8-9%로 추산되지만 이에 반해 기초생활수급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전 국민의 기초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한다는 본래의 법 취지는 부양의무자 및 근로능력평가 등 잘못된 기준으로 인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수급 탈락에 좌절해 삶을 포기하기도 하였고 자식만이라도 수급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목숨을 끊었다. 최소한의 의료지원도 받지 못한 채 병원 앞에서 죽어간 이도 있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이 또 다시 목숨을 잃었다. 언제까지 이러한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


에너지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에너지는 인권이다. 우리는 불평등한 에너지 정책에 분노하며 빈곤층의 실질적인 에너지 인권 보장 및 동절기 에너지 지원대책의 수립을 요구한다. 또한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인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해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사과하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하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가난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2년 11월 23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1)에너지정의행동의 논평<고흥 화재 사고는 에너지복지를 외면한 정부의 책임,

에너지법 개정과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 넓혀야>(2012.11.21)에서 수정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