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링크: https://docs.google.com/document/d/1nJL2n6NqWyVzh-btFTNyk7GAjR79X7_ji6bwvkeRZZI/edit?usp=sharing


<논평>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2019.10.24, 관계부처 합동) 비판
- 주거취약계층을 ‘포용’하지도 ‘주거안전망’을 제고하지도 못하는 주거지원 강화 대책 -


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는 어제(2019.10.24)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현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 강화를 목표로 추진한 ‘주거복지로드맵’(2017.11.29)이 다자녀·비(非)주택 거주가구 등 핵심대상에게 불충분했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 종합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 대책이 주거복지로드맵(2017.11.29)과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2018.10.24)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에 따라 무장애 설계 주택 공급, 이주 지원(이사비와 생활가전·생필품 지원)과 같은 신규 정책이 본 대책에 포함되었으며, 이를 통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한계와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비주택 거주자의 “정보부족 및 안내 미흡”을 기존 정책의 주요한 문제로 파악하며, 후속하는 대다수의 정책들 역시 이를 해소하는데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기존 정책의 근본적 문제는 정책 ‘홍보’의 미흡이라기보다 ‘정책’ 자체의 한계에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은 기존에 지속돼 왔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누락했거나 크게 미달하는 수준의 대책만을 담고 있다.

 

답보 수준의 공급 계획

정부는 “현행 연 2천호(매입·전세)에서 연 4천호 수준”으로 공급량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두 배로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니 큰폭의 개선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국토부훈령 제1209호)은 매입·전세임대주택 전체 공급물량의 15% 범위에서 공급량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17조). 따라서 2020년 기준 매입임대 26,000만호, 전세임대 40,500호 공급 계획을 감안하면 연 9,975호 수준에서 공급량이 제시되어야 한다. 공급량 결정의 기준은 지침에서 찾는 게 당연함에도, 정부는 그동안 과소 편성·집행되었던 공급량을 기준 삼는 우를 범하고 있다. 더욱이 2019년 7월 지침개정으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대상이 대폭 확대(PC방·만화방 거주자, 가정폭력 피해자·출산예정인 한부모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거의 아동 양육 가구)되어 물량 확대의 필요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이번 대책이 계획한 다자녀 가구 공급량(연간 3,667호)을 합하더라도 지침이 정한 공급량에는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다.


‘우선 지원 핵심대상’이라는 임의 기준

정부는 43만 비주택 거주 가구 중 1.3만 가구만을 ‘우선 지원 핵심대상’으로 분류하였고, 이들을 3년 내 이주시킨다는 계획 하에 공급물량을 설정하였다. 정부는 전체 비주택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소득기준을 넘는 사람 등을 제외하여 “우선 지원을 위한 핵심대상”을 추렸다고 한다. 타 주택을 소유하거나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이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미 지침으로 정한 바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제외하고도 또 다시 2평 이하 가구(약 2/3 제외)를 추리고, 다시 3년 이상 가구(약 2/3 제외)를 추리는 방식으로 13,000가구만을 ‘우선 지원 핵심대상’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런 임의 기준은 비주택 거주 가구 중 우선 지원대상이 아닌 이들을 부차화하는데다, 산출 방식에 있어서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쪽방 보다 좁은 곳(6.6제곱미터 이하)”이란 기준은 쪽방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작위적이며, “3년 이상 거주”라는 기준 역시 현행 지침이 “3개월 이상 거주”를 기간으로 정하고 있음을 볼 때 과도하며, 어떤 근거도 없다. 개선된 정책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비적정 주거를 종식하는데 일관돼야하나, 이번 대책은 이처럼 오히려 역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지원 핵심대상’이라는 임의 기준은 정책 수단에 정책 대상을 끼워 맞추려는 억지에 불과하며 지침과 무관하게 별도의 선정기준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어 즉시 삭제되어야 한다.

 

정착지원 수행 주체의 적절성 문제

이번 대책은 공공임대 주택 이주 후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사례관리를 실시하며, ‘자활복지개발원’에 사업 수행 총괄을 맡기기로 하였다. 그러나 ‘자활복지개발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수급자 및 차상위자의 자활촉진에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주거취약계층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사업 수행기관으로 적절치 않다. 지역사회 정착에 있어 일자리(자활사업) 지원은 필요한 영역일 수 있으나, 핵심 내지 총괄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다. 자활지원은 지역사회 정착을 이루는데 필요한 다양한 필요요소들 중 하나로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자활지원체계와 주거복지체계와 협력구조를 만들면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사례관리 총괄 역할은 다양한 사회복지 지원의 집합처인 지자체(동주민센터)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외의 문제들

이번 계획으로 향후 3년 간 아동, 비주택 거주가구에 공급될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총 3만 호로, 전세임대(18,500호)가 다수를 차지한다(매입임대 9,700호, 건설·영구·국민임대 1,800호). 이렇듯 건설과 매입의 방식이 아닌 임차형 주택공급, 즉 보증금 대출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면 전체적인 임대료 상승이나, 입주자의 점유 안정성의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임대차 분쟁시 공사의 개입이 전혀 없는 현실을 감안할때 취약한 가구에게 결코 적절한 지원책이 될 수 없다. 또한 비용 면에서도 당장은 매입임대주택에 비해 호당 공급가가 낮다는 이유로 선호될 수 있겠으나, 관리에 있어 부대 경비(계약 및 재계약 비용 등)가 지속 소요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전세임대 의존 비율 감소, 매입 내지 건설형 임대 확대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 보증금 지원 대상(주거·생계급여 수급자) 주택 역시 현행 매입임대에서 매입·영구·국민임대주택으로 확대하기로 하였으나, 여전히 전세임대주택은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동일 대상이 어떤 주택유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달라지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행정 편의를 위한 선택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빌트인’ 형태로 지원하기로 한 생활가전·가구 지원을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혹은 지원하지 않을 것인지)도 명료해 해야 할 것이다.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하기로 한 것 역시 서울·수도권의 경우 공급대비 부족한 물량 탓에 해법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주택 공급 계획 시 비주택 분포를 구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은 기존 대책들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서 출발하였으나, 여전히 기존의 문제들을 답습하거나 다른 문제들을 예고하고 있다. 형해화 된 입주자선정위원회, 낙인을 유발하는 입주신청서와 같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의 개선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2018.11.9)로 개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국토부고시)은 참사 1년에 다다르도록 논의만 무성할 뿐 개정되지 않고 있다. 고시원 뿐 아닌 인간 거처로 활용되는 모든 비적정 주거에 적용 가능한 별도의 최저주거기준 마련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주거지 상업화나 도시개발로 소멸돼 가는 쪽방을 가난한 이들의 주거자원으로 변모시킬 계획 역시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책으로 주거취약계층이 정부가 목표하는 “꿈을 키우고, 꿈을 찾는 집”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정부는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의 수정 내지 보완 대책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2019 홈리스주거팀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돈의동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 홈리스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