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들은 또다시 철거민일 수밖에 없다
[빈활참가기](2) - 철거민, 노숙인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
김승욱(빈활참가단) / 2008년07월14일 12시52분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처지에 놓인 상도동 주민들
2008 빈곤철폐현장활동의 셋째날인 7월 1일, 상도동에 도착해서 간담회도 진행하고 주거권과 한국의 개발 현실들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숙소를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정말로 낡은 집들. 집안은 새로 장판을 깔고 벽지도 바른 것 같았지만 바닥은 차고 딱딱했다. 그야말로 열악한 환경. 철거민들의 그동안의 주거환경이 어떠했는지 단 하루 묵은 것뿐이었지만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런 낡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것도 가옥주로서가 아닌 이렇게 요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사람이 사는 집인지 의심스러울만한 집에다가 세를 들어 사는 세입자들이었다.
이렇게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 이들은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 정책 덕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덕분에 세입자들은 그야말로 대책 없이 거리로 내쫓기고 있으며 헌법에서 보장된 주거권은, 그 말을 무색케했다. 좋은 집에서 살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살게 해 달라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 그것이었다.
그런데 뉴타운만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재개발규제완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 뉴타운을 20개 짓는 것과 맞먹는 서울시 전부를 개발지역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세입자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없어서 가진 것이 없는 철거민들은 이렇게 내쫓기면 또다시 철거촌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또다시 철거민이 되어 내쫓기게 될 것이다. 서민을 위한 개발이 아닌 투기꾼과 건설업체들을 위한 개발. 그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정책의 본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막가파식 개발 정책에 반대한다
2008년 7월 1일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는 이렇게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개발에 반대하여 직접 행동에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선전전을 진행하였고, 시청 주변에서도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개발정책 규탄 결의대회를 진행하였는데, 사실 우리들에게 많은 호응을 보내주는 시민들은 별로 없었다.
때로는 욕설을 들어가며 진행했던 선전전 속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정말로 내쫓기는 처지에 놓인 철거민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야속하기도 하였다. 철거민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당할 수도 있는 우리들 모두의, 사회적인 문제일진데 말이다.
동자동에서의 영화 ‘거리에서’ 관람
저녁, 동자동에서 영화 ‘거리에서‘를 보게 되었다. 노숙인의 생활과 관련한 영화였다.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노숙인의 꿈이 쪽방 생활에서 벗어나 보증금을 내고 세를 들어 살아보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노숙인들의 꿈이 어려운 것, 과도한 것, 많은 것이 아니고 정말 너무나도 소박한 것이란 것.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는 것.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노숙인들에게 세상은 자신들을 끝없는 절망으로 떨어뜨리려 안달이 난 존재일 뿐이다. 물론 노숙인들 개개인에게 문제가 없다고 100% 장담하며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그런 생활을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걸까? 실제로는 그들도 일을 하고 싶고, 가족들과 안락한 집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대안도 주지 않는다. 이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지하철에서, 공원에서 노숙을 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정권이다. 최근 정부는 이들을 더욱더 인간 이하의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근본적으로 노숙인들이 그러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이 아닌, 거리에서 안 보이도록 내쫓기만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디자인 도시'라는 명목 하에 도시를 깨끗이 하기 위해 노숙인, 노점상들을 내쫓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현실과는 다른 냉엄한 현실
TV, 신문 등 언론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분명 직접 눈으로 확인한 세상과는 다르다. 특히 TV는 우리를 그러한 문제들로부터 무관하고, 떨어진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 아무리 언론이 공정보도를 한다고 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느꼈다. 과연 이들을 이렇게 내몰아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저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