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빈곤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주민을 비웃는 중구청의 쪽방체험 계획 즉각 폐기하라!
서울 중구청은 7월 3일부터 21일까지 ‘캠퍼스 밖 세상알기-작은방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라는 쪽방체험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쪽방에서 생활하며 “주민들의 갖가지 어려움과 고충을 공감”해 보자는 취지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중구청이 가난한 사람들을 대했던 태도를 볼 때 대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우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주민과 공감하지 않는 행정을 펴던 중구청이 대학생들에게 공감을 주문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최창식 구청장은 “쪽방과 같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루만져주는 체험을 통해 더 나은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쪽방 주민들의 아픔을 알고, 어루만져야 할 이들은 대학생이 아니라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이다. 「노숙인복지법」 제3조는 지자체로 하여 “복지를 향상시킬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지자체 중 거리 홈리스와 쪽방주민이 가장 많은 중구청은 복지지원이 가장 빈약하다. 2015년 말, 재개발에 의해 관내 쪽방 200여 호가 철거되고, 주민들은 아무런 이주대책 없이 쫓겨났으나 중구청은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았다. 2012년 3월부터 4년 동안 ‘노숙’을 위기로 한 긴급지원은 단 3건에 불과하다.
과연 중구청이 대학생들에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루만지라 할 자격이 있는가? 한겨울, 대책도 없이 쪽방에서 쫓겨나야 했던 가난한 주민들은 더 열악한 주거지로 이동했고, 도움을 구할 길 없어 혼자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들 곁에는 중구청도, 쪽방 주민들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남대문지역상담센터’도 없었다. 그런 자들이, 이제는 쪽방주민들로 하여 가난을 꺼내 대학생들에게 펴 보이라 한다. 대학생들이 체험한 가난, 대학생들에게 선택된 가난이어야 “향후 쪽방 지원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주민들의 의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 누구의 삶도 타인의 성장과 만족을 위한 상품으로 소비될 수 없다. 중구청은 반인권적, 폭력적 전시행정을 즉각 폐기하고, 쪽방주민에 대한 복지지원의 책임자로서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중구청이 정작 할 일은 개발 사업에 의해 쫓겨난 남대문로5가동 주민들의 무너진 주거권을 회복하는 일이다. 빌딩 숲이 아닌 가난한 이들의 삶터로 쪽방이 재생되도록 개발계획을 수정하는 일이다. 대학생이 아니라 빈곤에 무지한 구청장부터 쪽방 주민들에게 듣고, 배우는 일이다. 최근, 중구청은 한 언론을 통해 "반대여론 때문에 내부에서 사업 자체의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하였다. 여론도, 쪽방 주민들에게도 버림받은 전시행사는 일고의 재검토 가치도 없다. 즉각 폐기하면 족할 뿐이다.
빈곤을 비웃는 쪽방체험 즉각 중단하라!
주민을 우롱하는 전시행정 즉각 폐기하라!
2017년 6월 14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